영화 / / 2022. 10. 7. 20:53

[영화이야기] 인생은 아름다워, 마음을 울리는 레트로감성 뮤지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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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생애 가장 빛나는 순간을 노래하다

 

 무뚝뚝한 남편 진봉(류승룡)과 무심한 아들, 딸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세연(염정아)은 어느 날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에 서글퍼진 세연은 마지막 생일선물로 문득 떠오른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합니다. 막무가내로 우기는 아내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여행길에 따라나선 진봉은 아무런 단서도 없이 이름 석 자만 가지고 무작정 전국 방방곡곡을 누빕니다. 시도 때도 없이 티격태격 다투던 두 사람은 가는 곳곳마다 자신들의 찬란했던 지난날 소중한 기억을 하나 둘 떠올리며 복잡한 심경에 빠집니다. 과연 세연의 첫사람은 어디에 있으며 그들의 여행은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요? 

 

 

ㅣ 대한민국 최초로 선보이는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국내 첫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입니다. 일반적으로 뮤지컬 영화라 하면 웅장하고 무게감 있는 음악과 어우러진 화려한 영상미를 떠올릴 테지만, '인생은 아름다워'는 현실적이다 못해 소박하며 관객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추억의 대중가요를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신파 스토리가 주를 이루는 영화임에도 기시감이 들지 않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바로 음악의 힘입니다. 극 초반에는 상황에 어울릴 법한 가요가 작위적으로 짜 맞춰 들어간 느낌이 들어 헛웃음이 지어지기도 하지만, 중반부에 접어들면서부터 음악이 적절하게 영화에 녹아듭니다. 신중현의 '미인',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유열의 '이별이래',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솔로예찬', 이승철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등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걸친 명곡들이 세연의 과거와 현재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세연과 진봉이 신혼여행 장소였던 부산을 찾는 장면에서 '부산에 가면'이 흘러나올 땐 울컥하는 기분과 함께 가슴이 조여드는 느낌까지 듭니다. 염정아와 류승룡은 노래와 춤을 직접 다 소화했다고 합니다. 담백한 영정아의 창법과 무게감 있는 류승룡의 발성이 안정감있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염정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박세완과 첫사랑 상대역을 맡은 옹성우의 호흡도 눈여볼만합니다. 영화는 예상 가능한 결말은 맞습니다. 큰 반전과 자극을 주지 않습니다. 결국 인생을 아름답게 하는 중심엔 사랑이 있었습니다. 사랑을 발견한 세연은 비로소 죽음 앞에서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부터 구성, 음악, 결말까지 참으로 촌스러운데, 어느새 작품에 깊게 스며드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투박한 감성이 이내 순도 높은 메시지를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웃다가 울다가 노래하고 춤추는 영화 곳곳에 흩뿌려진 다양한 감정들은 곧 '이것이 인생'이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간혹 튀어나오는 B급 코미디까지 이보다 더 완벽하게 삶을 노래할 순 없을 것이다. 

 

 

ㅣ 마음을 울리는 레트로 영화

 

'인생을 아름다워'는 16년 만에 극장가에 걸린 한국 뮤지컬 영화로 '국가부도의 날'을 만든 최국희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영화는 대중음악을 소재로 스토리를 엮는 뮤지컬을 지칭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입니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맘마미아'가 아바의 히트곡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듯이, 이미 잘 알려진 노래의 가사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진행하여 관객에게 친숙하게 받아들여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노래가 갖는 향수에 기대어 스토리라인의 개연성이나 설득력이 부족하여 영화적 완성도가 미흡할 수 있는 문제점을 동시에 안고 있기도 합니다. 영화에는 염정아와 류승룡이 부부로 나와 춤추고 노래하며, 우리에게 익숙한 가요들이 이야기 진행이 적절한 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두 사람이 데이트를 하는 서울극장의 만남에서 영화의 막을 열며 노래 '조조할인'으로 사랑의 설렘을 전하고, 두 사람의 사랑의 애환을 담은 마지막 노래 '세월이 가면'으로 마무리됩니다. 신중현, 최백호, 이문세, 이승철 등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14곡의 가요 레퍼토리를 따라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지난해 문을 닫은 서울극장과 사라진 것에 대한 향수를 되살리는 영화라는 매체의 의미가 연결되는 가운데, 만났다가 헤어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노래와 기억으로 남는 존재의 의미가 가슴에 깊이 박힙니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복잡한 스토리라인을 가질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으로 인해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 또한 단순합니다. 영화 '써니'처럼 1980년대를 소환하여 젊은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선사한다는 전략을 가지지만 시대를 깊이 있게 관통하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코미디이고 뮤지컬이기에 무거운 것을 기대하기는 무리입니다. 두 중년 배우가 연기하는 풋풋한 수므 살 이야기에의 몰입을 깨며 키득거리게 만들고, 노래와 노래 사이,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간혹 느슨한 연결은 어색한 느낌으로 남습니다. 예측할 만한 전개는 진부하게 다가옵니다. 그런데도 영화는 심금을 울립니다. 노래의 힘일까요, 가족 드라마가 가진 감동 때문일까요, 능청스러운 연기자들의 설득력 때문일까요, 젊은 날에 대한 향수 때문일까요. 오랜만에 시도되는 한국 뮤지컬 영화가 이번만큼은 성과를 내고 다음 작품이 만들어질 기반이 만들어지길 기대하면서 영화의 의미 있는 성공을 지켜보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그런 거창한 의미 말고 잘 만들어서 경탄하는 영화는 아니어도 좋습니다. 다시 가족과 친구를 찾게 하는 이상한 힘이 있는 정서적 울림 때문에 '인생은 아름다워'는 볼 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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