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 타짜, 벌써 개봉 16주년
2021년 12월, 타짜가 개봉한지 15년 만에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재개봉했습니다. '고니'역의 조승우가 무려 26세, '고광렬'역의 유해진과 '정마담'역의 김혜수가 37세, '아귀'역의 김윤석이 40세일 때 촬영한 작품입니다.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처음 조승우가 '고니'로 캐스팅되었을 때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원작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조승우는 자신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주연으로 캐스팅되었을 때도 좋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원작과는 조금 다른 고니캐릭터라도 조승우는 영화 '타짜'속의 고니를 완벽하게 구현해냈습니다. 16년이 지난 지금과 비교했을 때 배우 이도현, 공명, 서강준, 안효섭보다 어린 나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청년이 스승의 가르침 아래 타짜가 되어가는 과정을 고니라는 캐릭터속에 완벽하게 녹여낸 연기는 영화 속 다른 어떤 배우들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마담을 연기한 김혜수 역시 다른 어떤 배우도 그를 대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빛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타짜'의 정마담에서 '도둑들'의 팹시, '차이나타운'의 사채업자 캐릭터를 연기하고 넷플릭스에서 '소년심판'에선 판사로 변신한 모습까지 김혜수가 연기한 영화를 타임라인대로 따라가보면 얼마나 다양한 장르와 백역을 도전해왔는지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되돌아보면 이 영화 속 몇몇 대사나 장면들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눈살 찌뿌려지는 것들이 없었다고 할 순 없지만 김혜수라는 배우의 영향력만큼은 그 누구보다 강했고 지금도 여전하다고 생각됩니다.
ㅣ '타짜'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
'타짜'가 그동한 3편까지 나왔는데 1편이 가장 명작으로 평가받고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어디에 있는걸까요? 그 이유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맛깔나는 대사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거기에 최동훈 감독의 깔끔하고 스타일리쉬한 편집이 어우러져 '타짜'라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명작이 탄생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명대사가 러닝 타임 내내 등장하는 영화라서 한가지만 고르기가 참 어렵습니다. '타짜'처럼 N차 관람과 대사를 줄줄 외우는 팬을 가지고 있는 영화도 드물 것입니다.
ㅣ '타짜'만의 독특한 연출기법
'타짜'라는 영화의 소재는 그리 역동적인 것은 아닙니다. 작은 모포자루 앞에 앉아서 엄지 손가락 길이 정도 되는 패를 들고 툭툭 던져대는 것만 보여줬다면 '타짜'가 이렇게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이런 다소 정적인 소재에 최동훈 감독이 기막힌 연출로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인물들의 날선 신경전은 핸드 헬드로 담아내고 패를 던지는 짧은 순간에도 화면전환을 몇 번씩 하며 속도를 높입니다. 그리고 인물의 얼굴과 판, 손에 든 패를 번갈아 보여주는데 이걸 대부분 클로즈업으로 처리해 프레임을 꽉 채우는 식으로 몰입감과 속도감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자칫 어지럽거나 난잡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연출이지만 그런 느낌 전혀 없이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게 역시 최동훈 감독이라구나 하는 생각만 계속 들었습니다. 화투 장면에서 꽉찬 장면을 사용했다면 그 외 장면들에서는 오히려 느슨한 화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동훈 감독은 그럴 때 생기는 인물 주변의 빈 공간들을 또 기가 막히게 활용했습니다. 장면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 이야기를 하거나 액션을 취할 때 그 옆 빈 공간에서는 멀리서 사람이 다가오거나 뭔가 꺼림직한 사물이 가만히 놓여있습니다. 이게 관객들에게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날 테니까 잘 봐라'하면서 대놓고 암시하는 구도인데 이런 직관적인 연출을 통해 빠른 속도감과 더불어 사전의 진행 또한 물 흐르듯 연결시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들 중에서도 이런 짜임새의 연출과 몰입감을 주는 작품을 보긴 힘들었기에 더 감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타짜'는 명대사가 유독 많기로 유명합니다. '타짜'의 명대사가 지금짜기 회자되는 건 역시 이유가 있습니다. 인물 하나하나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막 입체적인 인물은 아닐지라도 주인공과 연관된 사건이 떠오르면서 인물도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습니다. 각자의 행동원리가 굉장히 뚜렷해 평경장, 정마담, 아귀, 곽철용 이 사람의 관계 속에 고니가 물드는 과정이 기가 막히게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렇다 보니 "아수라 발발타",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쏠 수 있어", "사쿠라네" 등 한 명씩 시그니처 장면이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각각의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특히 백윤식의 평경장은 굉장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초반부의 아수라발발타를 외치며 패를 섞고 혼이 담긴 거짓말을 친다는 장면은 보면서 폭소를 했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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